이유 있는 안세영의 작심발언
지난 8/5일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딴 직후 안세영은 "이렇게 금메달이 하나밖에 안 나오는 게 좀 돌아봐야 하는 시점이지 않나 싶습니다"라고 작심발언을 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에 배드민턴협회뿐만 아니라 대한체육회, 정치권가지 들썩였으며 수 많은 논란들 속에서 정부는 배협에 대한 조사에 나섰고 한달여만인 9월 10일 문체부가 조사에 따른 중간 발표를 내놓았다.
그 결과 실제로 불투명하게 운영해온 사실이 확인 되었고, 안세영의 작심비판은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며 선수를 향한 독소조항, 후원금 갈취, 횡령과 배임 정황까지 드러났다.
안세영이 금메달을 딴 순간 폭로를 결심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문체부의 중간 브리핑까지 살펴보도록 하자.
◼ 목차 ◼
1. 선수를 향한 독소조항
1) 지도자 복종 규정
2) 연봉을 제약하는 선수 계약 관리 규정
3) 비공정성 선발 기준 규정 (feat. 평가위원점수 30%)
4) 개인 스폰서 제한 규정
5) 국제 대회 개인 출전 제한 규정
2. 배드민턴 협회의 횡령과 배임 정황
1) 선수는 모르는 후원금
2) 임원의 후원액은 0원, 임원이 지급받은 돈은 3억원
3) 협회장과 일부 임원들의 비리(feat. 1억 5천만원 물품, 인센티브제)
3. 카톡 투표로 1분만에 상임심판 폐지
4. 협회의 정의와 필요성
저는 정말 싸우려고 하는 의도가 아니라, 운동에만 전념하고픈 그런 마음을 호소하고 싶었습니다.
(안세영 선수)
선수를 향한 독소조항
1) 지도자 복종 규정
배드민턴협회 국가대표 운영지침에는 군인 이상으로 명령에 대한 복종을 강요하고 있었다.
- 촌내/외 생활과 훈련 중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
- 국가대표 담당 지도자의 허가 없이는 훈련에 불참하거나 훈련장 이탈 불가
2020년 구타와 가혹 행위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선수가 있었다. 그 계기로 문체부에서는 명령과 복종에 대한 규정을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배드민턴협회에서는 지난 1월 안세영 선수는 부모님까지 나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건의문을 제출하였으나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고 오히려 내달 2월에 안세영을 찍어내기 위해 지도자/협회의 정당한 지시에 불응하는 자는 자격정지 6개월 미만이라는 규정을 오히려 추가하였다. 문체부에서는 폐지 권고를 했으나 잔존해있던 해당 규정을 다시 한 번 폐지하라고 권고하였다.
이정우(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브리핑 中
배드민턴협회는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을 요구하고 협회의 정당한 지시에 불응하는 경우 자격정지 등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부당한 규정이다. 문체부는 즉시 폐지를 권고한다.
2) 선수 계약 관리 규정
배드민턴협회는 경기 성적과 별개로 학벌로 계약기간 및 연봉에 제한을 두고 있으며, 특히 고등학교 졸업 선수의 경우 계약기간은 더 길고, 연봉은 더 적게 책정되어있다.
3) 비공정성 선발 기준 규정
대한배드민턴협회에서는 3년전 공정성 논란으로 인해 10%로 낮췄던 평가위원점수를 지난 6월 30%로 다시 끌어올렸다.
해당년도 | 경기결과점수 | 평가위원점수 |
2021 | 50% | 50% |
2022 | 90% | 10% |
2024 | 70% | 30% |
지난 2021년 리우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던 정경은 선수는 도쿄올림픽 선발전에서는 탈락을 했다. 바로 복식 국가대표 선발 방식때문이었는데 당시 경쟁 선수보다 승률은 높았지만 평가점수에서 두배 이상 뒤쳐저 결국 탈락했고, 선발전 의혹을 규명해달라는 국민청원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당시 정경은 선수는 세계랭킹 10위로 리우올림픽에서 유일하게 메달을 획득한 선수였으며 선발전에서 9승 4패를 하였느나, 7승 7패를 한 선수가 평가위원 점수로 국가대표로 선발되었다. 특정 대학 출신 평가위원들이 제자들에게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몰아준 의혹이 제기되었고, 배드민턴 지도자들의 평가가 국가대표 선발을 좌우했던 것이다.
평가 점수 50%에 대한 기준과 세부적인 항목은 알지 못해 승률이 좋다고 하더라도 심사위원 평가점수만으로도 얼마든지 부정과 조작이 가능한 선발 제도입니다.
(정경은 선수)
배드민턴협회는 공정성 논란이 거세지자 평가위원점수 10%로 선발 기준을 개선하고, 평가위원도 전부 다른 대학 출신들로 구성하도록 변경하였는데, 지난 2023년 6월 배드민턴협회는 이사회를 열고 다시 평가위원점수를 30%로 올리고 평가위원 구성도 같은 대학 출신을 두명까지 가능하도록 변경하였다.
파트너에 따른 변수가 커서 반영비율을 바꾸었다고 해명했지만, 선수들은 협회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규정인것이다.
4) 개인 스폰서 제한 규정
대한배드민턴협회 규정中
본 협회가 지정한 경기복 및 경기용품을 사용하고 본 협회 요청 시 홍보에 적극 협조한다.
개인 후원계약을 허용할 수 있으며, 그 위치는 규정 내 위치 중 우측 카라(넥)로 지정하며 수량은 1개로 지정한다.
지난 8월 안세영은 스폰서 계약 제한을 풀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해 2월 배드민턴협회 이사회에서 선수가 편해야하니, 신발만이라도 규제를 풀어주면 어떠냐는 문제 제기가 나왔지만 김택규 협회장이 후원계약 위반이라서 안된다로 해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모두 후원사 제품으로 강제하는 곳은 배드민턴과 복싱 두개밖에 없다. 특히 신발은 경기력과 직결되어 민감한 부분이지만 안세영은 결국 후원사 신발을 신을 수 밖에 없었고, 미끄럼방지 양말을 신고 경기에 임해야만 했다.
이정우(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브리핑 中
- 협회는 유니폼뿐만이 아니라 경기력과 직결되는 라켓, 신발까지 후원사의 용품만을 일괄적으로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었다.
- 안세영 포함 대표팀 선수 22명을 인터뷰한 결과 국가대표 선수단 대부분은 라켓, 신발 등 경기력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용품은 본인이 원하는 용품 사용을 희망하고 있었다.
-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은 선수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있으며, 덴마크는 선수의 라켓과 신발 사용 권리를 명문화하고 있다.
- 문체부는 경기력과 직결되는 용품은 선수의 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 현재 배드민턴협회와의 후원 계약이 2027년 3월까지인 점을 감안하여 그 이전에 신속한 개선을 위해서 후원사와 협의하고 있다.
결국 라켓, 신발 등 본인이 원하는 용품 사용을 희망했던 것은 안세영 선수 개인의 욕심이 아니라 모든 선수들도 바라던 바였던 것이다.
아쉬운 부분들이 많이 있었죠. 그런데 이 부분들까지 보완이 된다면 저는 배드민턴이든, 어떤 스포츠든 더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안세영 선수)
5) 국제 대회 개인 자격 출전 제한
배드민턴협회 규정을 살펴보면 국제 대회를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기 위해서는 국가대표로 5년을 뛰어야 하고 여자는 만 27세, 남자는 만 28세 이상 되어야만 국제 대회에 출전이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다. 이처럼 국제 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종목 단체는 아시안게임 44개 종목 가운데 배드민턴이 유일하다.
이에 문체부는 국제대회 출전 제한이 선수의 직업 행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만큼 폐지하도록 권고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앞으로 국가대표가 아니더라도 개인 자격으로 국제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배드민턴 협회의 횡령과 배임 정황
1) 선수는 모르는 후원금 실태
이정우(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브리핑 中
- 과거에는 배분금과 별도로 국가대표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후원사로부터 직접 개인 보너스를 받았으나 현재는 그 보너스를 협회가 일괄 수령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 과거에는 배드민턴협회가 받은 전체 후원사 후원금의 20% 약 72만 달러를 국가대표 선수단에게 배분했었다.
- 김택규 협회장이 취임한지 5개월만인 2021년 6월 이 배분금 조항을 삭제하였다.
- 국가대표 선수들은 이 사항 역시 전혀 알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김택규 협회장이 취임한 후, 원래 우수한 성적을 거둔 국가대표 선수에게 지급되어야 할 후원사 보너스를 협회가 일괄 수령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전체 후원금의 20% 또한 국가대표 선수단에게 배분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금액은 연간 10억원에 달했는데 조항 삭제 전 선수단 의견 수렴도 하지 않았으며, 선수들은 문체부 면담 과정에서 알게되었다.
즉, 선수들이 받아야 할 혜택을 협회 임원들이 나눠 가졌던 것이다.
2) 임원의 후원액은 0원, 임원이 지급받은 돈은 3억원
이정우(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브리핑 中
- 약 3년 반동안 40명에 달하는 배드민턴 임원의 후원액은 회장의 후원금 2300만원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건 회장이 낸 게 아니라, 인센티브를 수령한 전무의 개인 계좌에서 회장 이름으로 대납하였다.
- 반면 같은 기간 협회 임원들에게 개인 통장으로 지급된 직무 수행 경비, 회의 참석 수당 및 여비는 약 3억 3000만원에 달한다.
3) 협회장과 일부 임원들의 비리
문체부는 김택규 협회장이 1억 5천만원의 물품을 몰래 따로 받은 뒤 임의로 배분한 표에서는 태안군이 속한 충남이 서울의 10배가 넘는 4천만원을 챙겼는데, 후원 계약을 주도한 사람이 김택규 협회장이 임명한 태안군 배드민턴협회 소속이고, 김택규 협회장이 전 충남배드민턴협회장이었다는 점에서 횡령과 배임죄 적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한 협회 임원들은 원래 보조를 받을 수 없게 되어있으나 일부 임원들에게 마케팅 규정을 별도로 만들어서 회원사 유치 명목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해왔고, 유치 금액의 10%인 6천 8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정우(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브리핑 中
- 대회 물품을 후원사에서 수의계약하면서 협회 직원들 몰래 추가로 후원사로부터 물품을 받는 1억 5천만원 상당의 구두계약을 체결하였다.
-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품을 받을 수 없다.
- 배드민턴 협회장 김택규는 횡령, 배임 사태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선수에 이어 소속 심판에게도 갑질
- 1분만에 카톡 투표로 상임심판 폐지
배드민턴협회는 상임심판이 인력 충원을 요청하자 재계약을 불발시키고, 항의했더니 상임심판을 폐지해버렸는데 이것은 카톡 투표로 1분만에 결정된 것이었다.
전 배드민턴협회 상임심판이었던 우형호 심판은 심판대에 앉아 있는 시간이 10시간 이상이었고 화장실 갈 시간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전체 상임심판에서 가장 높은 등급에 있는 S등급 평가를 받는 심판이었는데, 개선사항을 요구하다보니 찍힌 것 같다고 심정을 밝혔다.
계속 심판대에 앉아 있는 시간이 영상으로만 확인을 해도 10시간 이상이었고, 화장실 갈 시간도 거의 없었다.
A 전 배드민턴협회 상임심판
- 운영비가 최소한 2억원은 될텐데 이 사업 자체를 없애자고 카톡으로 의결을 했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다.
상임심판은 공정성을 위해서 협회가 직접 심판을 고용하는 제도인데, 인력 충원을 요청하며 개선사항을 요구한 것에 대한 보족성 조치일거라고 예상된다고 한다.
협회의 정의와 필요성
안세영의 작심발언에 배드민턴협회는 비인기 종목의 특성상 스타 선수만을 위해 규정을 바꾸거나 혜택을 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마치 안세영이 자신만을 위한 특혜를 바란것처럼 대응했으나 정작 선수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것에는 뒷전이고 본인들이야말로 지나치게 형평성에 어긋난 행위를 일삼아 왔다는 것이 밝혀졌다.
협회란 선수를 보호하고 관리를 하기 위한 단체로 후원 계약을 하는 이유도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 지원해주고자 하는 것인데, 후원 계약때문에 선수는 원하는 신발을 신을 수가 없었고, 후원 계약 유치 명목으로 임원들이 인센티브를 받아왔다니 도둑놈이 따로 없었던 것이다.
이번 문체부 브리핑을 살펴보면 배드민턴협회의 구체적인 혐의를 언급하며 제대로 칼을 빼 들었고, 안세영의 작심발언 이후 도둑 귀국을 시도하다가 기자들에게 딱 걸린 김택규 협회장이 얼마나 뻔뻔했는지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일단 심적으로는 가슴이 아프고, 사실 협회에서 무슨 잘못을 많이 한 것처럼 비치는데 저는 갈등이 없었다.
모든 협회가 다 잘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으니 보시는게 좋다.
7년동안 선배들의 빨래와 침구 청소를 도맡아 왔던 악습은 많이 개선되었다고 함.
이번 사태의 핵심이었던 안세영의 부상관리 문제는 9월 말 최종 브리핑에 발표하기로 함.